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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0.30 그곳에선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The Invention Of Lying, 2009)
  2. 2018.10.28 고백(Confessions, 2010)

거짓말이란 좋은 것일까? 나의 성장과정을 빗대 설명하자면 이렇다. 초등학생 때 거짓말을 하지말자면서 거짓말을 죄악시했고 그렇게 교육받았다. 중학교 땐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말로 거짓말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배웠다. 고등학교에서야 거짓말은 상황, 의도에 따라 좋고 나쁨이 결정된다는 것을 인식했다. 거짓말의 의미를 배워가며 거짓말이 없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적 있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볼 법한 그러나 너무도 터무니 없어 누구에게도 말한적 없는 거짓말이 없는 세계라는 설정을 이 영화는 채택했다. 이런 설정은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고 그래서 추천을 받자마자 곧바로 영화를 감상했다.


주인공은 못생기고 뚱뚱한 모습으로 인생의 패배자 취급을 당한다. 거짓말을 못하는 지라 모두에게 위로의 말은 커녕 마음 상할 말들만 듣게 된다. 거짓영화 속에서 거짓말이 없는 세계라 상대에게 상처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남들에게 치부일 수 있는 말을 하지 못해 남을 위하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이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거짓말을 하는 뇌 회로가 열리고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게 되며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펼쳐지게 된다. 그는 거짓말로 나쁜 쪽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본인의 양심선에서 사용한다. 그러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무서움에 떨고 있는 어머니에게 위로의 말로 거짓말을 했다가 주위사람들이 이를 듣고 진실로 받아들여 오해를 쌓게 된다. 사후세계에 대한 내용들을 어떻게 아냐는 질문에 임기응변으로 신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라 해서 그는 일순간 스타가 되고 부와 명예를 얻게 된다.


이런 황당하고 재밌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흥미를 불어 일으키지만 기대만큼 흥미를 유지하진 못하는 것 같다. 재밌는 소재로 초반에 재밌지만 중간쯤부터 루즈해지는 감이 있다가 결말은 조금 터무니 없이 끝난다. 앞부분에서 일상에서 거짓말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뒷부분은 거짓말을 통해 얻은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라는 메세지를 전해주어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동안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가. 다만 전개과정이 조금 엉뚱하고 그렇기에 산만한 느낌을 받았다. 아쉽긴 하지만 거짓말의 발명은 거짓말에 대한 개념과 의의를 다시 한번 곱씹을 교훈을 주고 킬링타임으로 감상하기엔 적당한 영화였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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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Confessions, 2010)  (0) 2018.10.28
Posted by 멋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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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사람들에게 이 영화 추천을 많이 받아왔다. 고백이라는 제목부터 큰 인상을 주지 않아 봐야지 생각만 하고는 실행에 옮기지 않았었다. 그렇게 미뤄만 오다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중복된 추천에 미안함 반, '얼마나 재밌길래' 하는 호기심 반으로 영화 시청을 실천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기 앞서 책이 원작임을 알게 되었다. 책을 영상화하여 영화로 만들었을 때 실망한 경우가 많았다. 책의 자세하고 소소한 내용들을 영화에선 과감히 생략하거나 각색하는 경우가 있고 그렇기에 책이 전해주는 감동과 영화의 감동이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마음이 옹졸한 나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웠다. 물론 영화평론가도 아닌 그냥 평범한 영화관람객으로서 까칠하게 비판할 필요도 자격도 없다. 하지만 영화를 볼 때 진지하게 보는 자세로 임하기 때문에 이 영화도 나의 까칠함을 피하긴 어려웠고 적어도 나에게 있어 패널티를 갖은 채 영화를 보게 되었다.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떠들썩한 교실에서 중학교 교사 유코는 교편을 내려놓음을 담당 반 아이들에게 공표한다. 그녀는 마나미라는 하나뿐인 딸이 있었는데 마나미는 교내 수영장에서 익사한 채 발견되었다. 딸의 죽음은 사고사로 일단락됐지만 살인임을 의심하고 있던 그녀는 여러 가지 증거와 정황상 죽인 사람이 반 학생 중 있음을 명확하게 알게 된다. 그녀는 교사직을 퇴직하면서 반 아이들에게 이 사실과 함께 자신의 남편이 에이즈 보균 인자인 HIV 감염된 피를 범인의 우유에 넣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그녀는 자리를 떠나고 고백받은 자들의 따돌림과 유코의 징벌로 범인의 고통과 그들의 내면 심리를 자세하게 묘사해 놓은 영화이다.


고백이란 제목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지만 친숙한 만큼이나 영화 메인타이틀로 걸기엔 진부할 수도 있고 대중들의 뇌리에 깊게 인식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앞서 설명했듯이 많은 추천을 그냥 넘겨버린 나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순간 그 태도는 달라지게 된다. 시작한 지 10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집중력이 올라가고 있었다. 러닝타임도 1시간 46분도 길지 않은 편이며 하나의 사건의 전개를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의 시점으로 표현하여 그들의 오해와 갈등을 각자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었고 이런 전개 과정을 통해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극심한 복수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짐을 느꼈고 유코의 남편인 사쿠라 토미야 가 그들을 용서하자는 대목에서는 복수로는 앙갚음의 끝을 맺을 수 없고 복수는 복수를 낳음을 내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이 많은 소년법에 모순점을 잘 담아놓았다.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성인들의 범죄만큼 혹은 그보다 더 잔혹하고 잔인한 범죄를 짓는 청소년 범죄자들을 눈감아주는 현 상황을 잘 비춘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있다 보면 고백이라는 말이 새삼스레 와닿게 된다. 내가 생각하던 고백이란 말은 평소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했던 말을 진심을 담아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거나 미안함을 표현하거나 아님 잘못을 말하는 경우와 같이 말이다. 영화가 각 등장인물의 시점에 따라 "00의 고백" 이런 식으로 나오는 데 고백의 의미는 등장인물마다 다르다 생각한다. 선생님인 유코의 입장에서는 고백을 가장한 선고 내지는 선포라 생각한다. 그들에게 복수라는 전쟁을 선포하고 그들의 잘못을 선포했듯이 말이다. 슈야, 나오키, 미즈키 등은 고백이 아닌 고해라 생각한다. 고백과 고해는 사전적으로는 의미가 같지만 쓰임새가 다르다. 잘못을 뉘우치고 더 진솔한 말을 하는 것이 고해라 여겨진다. 누군가에게 사랑고백을 한다고 하지 사랑 고해라는 말을 쓰지는 않는다. 반대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받고자 할 때 고해성사를 하지 고백이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고백이 조금 더 큰 범주로 고해를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학생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점은 독자나 관람객들의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들의 고백 시간에 조금 더 자신에 대해 진솔하게 표현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렇기에 고백을 가장한 고해라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더 일찍 이 영화를 보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과 함께 내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졌다. 혼자만 감상하고 있기 아까운 영화다. 이 영화를 본다면 좀 더 성숙해진 사고와 문화 견문을 넓힐 수 있다고 자부한다. 재미와 감동, 교훈까지 주는 영화는 드물다 생각하는데 이 영화가 그런 영화가 아닐까 싶다.

Posted by 멋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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