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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0.26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책을 읽다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읽는 이유와 동기를 물어봐지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어김없이 이런 질문을 받았는데 난 한결같이 유시민이라는 작가의 사고방식을 알고 싶어서라는 답을 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못마땅한 표정을 띠었다. 거창한 이유라도 기대했던 모양이다. 사회정치 관련 도서라 그럴 수도 있고 어려운 책을 별 뜻 없이 읽으려는 태도를 좋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존경하는 사람의 생각을 파악하고자 이 책을 선택하여 읽었음에는 변함없고 오히려 책을 통해 교훈이나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지 않고 책을 읽게 되어 더 감명이 깊었다. 마치 기대 없이 영화를 봤는데 좋은 영화를 본 것과 같이 말이다.



내용의 흐름은 4가지 국가론에 대해 설명하고 작가가 생각하는 국가에 대해 서술하며 글을 끝맺는다. 4개의 국가론의 공통점은 국가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전제한다. 이 힘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따라 국가론이 결정된다. 국가주의, 자유주의, 마르크스주의, 목적론적 국가론이다. 국가주의 국가론은 국가가 신과 같이 전지전능한 것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로 보았다. 자유주의 국가론은 보이지 않는 손과 법치주의를 필두로 치안, 국방과 같은 공공영역을 다스리고 남은 부분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법치주의를 사회적 약자가 아닌 막강한 힘의 국가가 권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법의 테두리를 만들어 국가의 힘을 제어하기 위함이 우선이라는 말은 단순히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를 일깨워주었다.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은 국가주의든 자유주의든 소수에 의해 다수가 지배받는 구조는 억압과 착취의 도구에 지나지 않고 이는 실질적 평화를 꾀할 수 없다며 국가를 공동사회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적이지만 현실에 반영하기 어려웠고 마르크스주의는 전체주의의 이념으로 편입되어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리는 형세를 보였다. 목적론적 국가론은 국가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며 그것이 플라톤은 선, 맹자는 덕이라 칭한 인류 보편적인 평화를 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가 모든 정의를 직접 실현하게 될 경우 전체주의에 빠지게 된다는 미끄러운 비탈길 논증을 들며 목적을 위한 수단의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함을 지적했다. 작가는 4개의 국가론을 통해 자신이 대한민국에 바라는 국가론을 말한다. 대한민국은 민주 자유주의로 시작했지만 국가 초기에 국가주의와 자유주의가 혼재했고 참여 정부 시절 이는 종결됐지만 자유주의와 목적론적 국가론의 혼동이 있었음을 고시했다. 나아가 미래 국가체제는 자유주의를 토대로 인류 보편적 목적을 가진 복지가 보완된 국가체제를 이룩하길 저술했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자유주의를 표방한 국가주의, 80년대 반독재 민주화운동에서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같았던 마르크스 이론, 자유주의와 목적론적 국가론의 과도기에 정부에서의 관직생활 등 그는 4가지의 국가론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많은 경험과 지식이 가졌지만 그는 자신의 국가관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이 점이 작가를 존경하게 해주지 아닐까 싶다.

책, 영화의 제목이나 기사의 표제에 글의 주제와 내용이 함축적으로 표현된다고 배웠다. 그런가 보다 했지 평소 여러 작품들의 제목을 보고 직접 느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제목이 주는 힘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은 국가라는 것의 정의를 내리는 것과 같이 여겨져 무겁고 형이상학적인 느낌을 준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 무엇이라는 것에 대한 설명을 해줄 것 같다. 그러나 책을 접하면 제목은 달리 보이게 된다. 작가의 생각을 설교하고 설득하는 것이 아닌 작가가 국가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만을 적었다. 그렇기에 책을 다 읽은 후 제목이 주는 느낌은 마치 작가가 독자에게“국가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질의하는 것 같았다. 이 질문은 국가의 사전적 정의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사전적 국가는 사전에서도 잘 설명되어 있다. 국가의 역할과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라 여겨진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문뜩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곤 두 편의 시가 떠올랐다. 하나는 윤동주 시인의 ‘쉽게 쓰인 시’이고 다른 하나는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이다.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국가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부끄러움이 직접적인 독립운동에 참여하지 않고 글로 저항하여 독립운동의 쉬운 길을 가고 있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던 윤동주 시인의 자괴감과 상충되었기 때문에 이 시가 떠오르지 않았나 싶다. 윤동주 시인은 나라를 더 걱정하는데 반해 난 나라를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기에 부끄러움을 느낀 것은 동일하지만 그 뜻이 다르고 이에 대해 자책감을 느꼈다. 그로 인해 국가에 대해 사색을 했고 안도현 시인의 시에서 그 답을 찾아냈다. 작은 연탄마저도 누군가에겐 뜨거움을 주는데 타고 남은 연탄재를 함부로 차고 다닐 자격이 있는지를 묻는 내용을 통해 나만의 국가관을 설립할 수 있었다. 그것은 지금 현 위치에서 나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걸핏하면 국가와는 별개로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적인 모습으로 비쳐 오히려 국가에 대한 관심이 먼 것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역으로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개발하는 것이 곧 국가를 뜨겁게 해준다는 것이다. 연탄은 뜨겁게 해줄 목적으로 타지 않는다. 자신이 타고 있을 때 주위가 뜨거워지는 현상일 뿐이다. 연탄이 타는 것은 비록 자기 혼자만의 싸움이지만 주위를 따뜻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연탄과 같이 자신을 위해 노력하며 싸워나간다. 혼자만의 싸움은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주위를 뜨겁게 한다. 작게는 주변을 넓게는 국가까지도 말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곧 국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이런 개개인을 함부로 차거나 차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인 것이다. ‘국가란 무엇인가’를 통해 국가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다른 이들도 이 책을 통해서든 다른 자료를 접하든 아니면 사색을 하든 어떤 식으로든 국가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지녔으면 좋겠다.

Posted by 멋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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